클릭클릭?? - 텔미썸딩!!

     

    김혜경 (노정단 정책연대사업부)

     

      노동운동의 정보화란 무엇인가?
    아마 우리 노동정보화사업단이 외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의 하나일 것이다. 노정단이 창립된지 이제 4년차...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조직의 전망과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의들이 격렬하게 전개되었지만, 사실 우리도 아직까지 '이거다' 하고 정리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단순히 홈페이지 하나를 만든다고 해서, 게시판을 하나 개설한다고 해서 정보화는 아니라는 말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

      여기저기에서 사이버 어쩌구 하는 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이제는 컴맹이란 말보다는 인터넷맹이라는 말이 더욱 창피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정부까지 나서 '클릭 클릭'을 외치며, 온 국민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자고 선동을 해댄다...

    그러나, 왜?
    과연 왜 우리는 컴퓨터를, 인터넷을 알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나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된다.
    나는 사무실에 출근하면 참세상에 들어가 내가 자주가는 몇 개의 게시판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내 출근시간에 맞추어 그 게시판이 그냥 화면에 떠 있기를 바랄 정도로 그렇게 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렇듯 하루에도 몇 번씩 안 들어가고는 못배기는 게시판이나 컴퓨터 통신도 실제로 내게 몇 달간의 휴가를 줄테니, 컴퓨터 없이 살라고 한다면 아주 간단하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노동운동에서 컴퓨터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내가 조합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사무실에 컴퓨터가 있다고 생각하면 사무실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켜고 밤새 일어난 각 지역의 투쟁소식과 민주노총 소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컴퓨터가 없다면?

      만약 컴퓨터가 없다면 우리는 관련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면 된다. 또는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소식지들을 활용하면 된다.
    이렇듯, 우리는 컴퓨터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큰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노동운동을 정보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일까?

    한쪽에서는 마치 컴퓨터가 주는 생활의 편리함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이야기하는 성급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는 정보화를 통해 노동운동의 미래를 새로이 개척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 또한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사회이기 때문이다. 현실사회라는 토대에 정보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얹게 되면 크나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토대는 현실사회이며 이는 노동운동에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노동운동의 흐름이 올바르지 않으면 정보화를 통해 더욱 발전하는 노동운동의 미래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시 노동운동의 정보화란 무엇일까?

      노동운동의 정보화란 여러 가지를 의미하는데, 우선, 자료의 체계적인 축적을 꼽을 수가 있다.
    그간 운동진영은 엄청나게 많은 문건을 생산해 냈으며, 그 많은 노동운동에 관한 자료들을 모은다면 하나의 산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시절 우리는 귀중한 전노협의 자료 몇 트럭분을 모두 폐기처분해 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종이가 지닌 한계성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컴퓨터는 도와준다. 바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다.

    둘째로, 전화나 팩스로 또는 우편으로 소통되던 서로의 소식들을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유통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전국으로 조직이 분산된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소식지를 인쇄하는데 몇 천만원, 발송하는데 몇 천만원씩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만약 이 돈을 각 지방에 컴퓨터를 들이고, 전용선을 까는데 투자한다면 몇 년안에 지출은 줄어들 것이며, 절감된 만큼 다른 사업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신을 통해 조합원들의 생생한 의견들을 실시간으로 수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여러 가지 다른 현실적 요건들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인프라만 구축된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의견을 활발하게 올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트라넷(사내 통신망)이 구축된 몇몇 조합에서 게시판이 활성화되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은 업무량의 증가와 사측의 노동감시로 인해 조합의 게시판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결국, 출발은 인프라의 구축이 되겠지만 그 나머지 몫은 순전히 노동운동이 자본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힘의 우위를 점하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힘을 믿고 관심을 갖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컴퓨터 전문가도 필요하다. 게시판이나 홈페이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아직까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종류의 이야기건 간에 조합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며, 항상 열린 장을 마련하는 지도부의 자세 또한 필수적이다.

    '정보화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부터...

      노동운동의 정보화는 이렇게 힘들고 어렵다. 정말로 간단하지 않다. 노동운동이 바로 서야 정보화도 올바로 추진될 수 있으며, 그런 조건 속에서 컴퓨터라는 매체는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마치 노동운동의 정보화가 홈페이지 하나면 될 것처럼 선전하면서 노동조합들을 현혹하는 곳도 있다. '남들 다 있는 홈페이지.. 우리도 만들어 보자' 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작년 말까지 파악된 게시판(CUG) 숫자가 참세상 안에서만도 28개가 됐었고, 홈페이지 숫자는 42개 정도가 되었었다. 그 중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곳은? 많아야 30%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 게시판이나 홈페이지는 거의 빈자리로 남아 있거나, 업데이트 된지 몇 달 혹은 일년이 되어가는 곳도 많았다.

    정보화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이 필요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흔히들 '마인드'라고 표현하는,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왜 정보화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내게 누군가가 "우리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왜요? 왜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만들어서 어떻게 쓰실 생각인가요? 제게 말해주세요...  텔미 썸딩!!" 이라고 말이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정보화는 어려운 것이니까 좀더 뒤로 미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금은 오히려 더욱 빨리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고? 다음호에서 그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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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5월호)

 [ 칼럼 연재 순서 ]

 1.클릭클릭? 텔미썸딩
 
 -우리는 왜 컴퓨터를
   배워야 하나

 2.베스트 앤 워스트  
  
-늦었지만 빠른 출발을    위하여  

 3.이렇게 해 봅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