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워크-이론과실제의간극을 넘어

 

97/04/26 16:02:26

김영식 <ys1kim@nownuri.net>


현재 시민/노동 운동진영에서 활발하게 채택하고 있는 조직형태가 바로 네트워크라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는 분산적인 성격이 강해서 자칫 하나의 조직이 아닌 공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공간 속에서 발언이란 다른 표현으로 미디어의 효과를 들수 있는데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조직 속에서의 미디어 역할은 실공간의 미디어 보다 더욱 참담한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실공간의 미디어는 어느 정도 브로드케스트(boardcast)하여 언론의 목적을 달성할 수있지만 공간으로 전락한 조직의 특징은 네로우케스트(narrowcast)한 특성으로 인해 하나의 배설창구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정리된 글이 있어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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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넘어

 

올린 이 : vbaram 97/04/17 18:07

정보자료팀

90년대 초엽부터 혁신과 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진 진보운동의 모색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실험과 경험을 하게 된다. 사상혁신에서 시작하여 조직 진로에 대한 모색, 그리고 활동에 대한 문제까지. 이 가운데 제기된 문제 중의 하나가 [네트워크]론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험해 보았을 것이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에 있는 공간도 있을 것이다.

 

▶ 90년대의 유행, 네트워크와 팀제

본래 경영학에서 네트워크는 피라미드형 조직과 대별되는 대표적 조직형태 중의 하나였다. 스텝형 조직과 라인형 조직의 관계와 비슷하게 조직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선택가능한 형태로 단정적으로 우열을 말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자본주의 기업은 시장환경의 변화(기호의 변화, 정치, 경제적인 규제, 문화적 차이 등)에 따른 적응과 자본의 재생산과 시장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조직적인 모색을 한다.

기업의 성장 차원에서 네트워크는 국제적 기업, 세계적 기업, 다국적 기업, 초국적 기업 등 여러 가지의 유형으로 조직되고 있으며, 이것 또한 시장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제품중심의 기업과 지역중심의 기업으로 구분되는 위의 기업형태는 해당 기업의 생존조건과 그들의 시장지역에 대한 특수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로 형태 지어진 것이다. 이는 이윤추구를 위해 자본이 시장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 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기업의 내부조직 차원에서의 네트워크는 새로운 산업 기술 환경에 적응하여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목표로 이루어진다. 네트워크와 팀제로 대표되는 이러한 변화는 이른바 정보화 사회론과 맞물려 유행을 타기 시작한다. 전통적 조직형태는 산업화시대 - 지휘명령형 - 피라미드형 - 조직중시 - 직능적 피라미드이고 새로운 조직형태는 정보화시대 - 정보기반형 - 네트워크형 -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살리는 인재전략 - 팀 중심의 수평조직이라고 얘기된다.

대개의 사회적 유행은 그 출발이 어디였든지 자본과 기업에 의해 선도되고 주도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90년대 들어 기업 조직의 다양한 변신 모습과 함께 사회적 유행으로 등장한 네트워크와 팀제의 신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업을 넘어 다양한 조직사회 일반에 바람을 일으켰다.


▶ 네트워크의 두 가지 형태

일반적으로 네트워크는 '공통의 가치관이나 목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이데올로기에 상관하지 않고, 지역과 직업의 차이를 뛰어넘어 사회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규정된다. 그런데 네트워크란 각각의 비전과 목표, 주체와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형태를 갖게 된다.

네트워크는 크게 관계중심의 네트워크와 업무중심의 네트워크로 구분된다. 시민운동에서 흔히 보이는 관계중심의 네트워크는 공동체적 관심사의 형성과 목표의 유연성, 관계설정의 고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반해 기업에서 주로 형성되는 업무중심의 네트워크는 계약관계에 기반하며 유연한 관계설정과 목표의 고정화가 주요 목표이다. 물론 양자는 대립된다기 보다는 대개 혼재 또는 결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산과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네트워크를 (주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기업과 통치기구에서는 현재까지의 성장과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군사적인 물리력이나 자본의 집중 등 핵심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완전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엘빈 토플러도 자신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이러한 문제를 들어 네트워크 적용의 한계를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권력의 유지와 이윤추구 등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들이 사고하고 있는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서열이나 주종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서로의 '살아가는 방식'이 존중되어지며 상호존중에 그 근거를 가지고 협동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다차원적으로 네트워킹되어지며, 서로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사실 네트워크론에 접근하자면 이 양자 사이의 미묘한 대립 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시민운동의 조직론이 네트워크론 이라고 얘기되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의 시민운동이 과연 네트워크론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가를 생각하면 거의 부정적이다. 대부분 음모적(?) 중심이 따로 있거나 소수의 운동가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다수 대중이라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운동이나 변혁운동 진영의 고민도 이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양상들이 단지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비판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다 본질적으로 '운동 조직의 목표와 그 수행 수단과 방식'이라는 조직론상의 핵심 문제를 깊이 천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네트워크는 조직 사상적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진보운동진영에서 네트워크론은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가? 진보진영에서 네트워크론은 사실 낯선 개념이 아니다. 민주집중제로 운영되는 직업적 혁명가의 전위조직을 강조한 레닌도 그 주위에 광범한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근래 진보운동에서의 네트워크에 대한 문제의식은 운동의 객관적인 발전에 따르는 능력과 자율의 확대 필요성,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이유 등으로 인하여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더나아가 민주집중제의 일면적 이해와 적용으로 인한 조직의 경직화와 조직확대의 차단, 지도의 집중과 책임과 권한의 분산이 아닌 책임과 권한과 정보의 집중과 조직적 수동성의 증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네트워크론은 진보운동의 퇴조적 상황에서 수세적으로 도입된 것이 사실이다.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고 운동진영의 전략의 부재와 운동 개별의 각개약진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론을 조직론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퇴조의 상황에서 변화의 모색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여러가지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네트워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받아 들여졌다. 민주집중제의 단편성을 극복하기 위한 모색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종횡관계의 문제와 수직구조로부터 발생한 문제점만의 대안으로 수평구조를 강조하다보니 각 부문 영역으로의 이동 배치 등으로 바꿔버리고 만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조직적 정체성과 운동의 목표가 변질되거나 사라지면서 체제 속으로 통합되고 해체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 민집제의 구현 형태로서의 네트워크

그렇다면 어떠한 관점으로 네트워크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앞서 말했 듯이 기업 조직과 통치조직의 본질상 네트워크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그 극복을 위한 뚜렷한 목적을 갖는 의지의 결사체에 네트워크론을 확대 적용하는 것도 타당하지 못하다.

우리가 보기에 네트워크는 운동 영역의 확대와 객관적인 발전에 따라 조직 참여 폭의 확대와 조직 중심의 지도력의 강화, 회원들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서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네트워크는 배타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한 조직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반드시 경과해야하는 하나의 단계이다.

조직론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사형통의 대안으로서나 단순히 외연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현상적인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네트워크는 조직의 원리인 민주집중제를 확장하고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주목해야하는 것은 중핵의 강화와 외연의 확대라는 문제 사이의 긴장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넓혀진 공 간과 다양한 활동방식을 단일한 목표와 가치로 연결하는 연결고리와 그 추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운동상황의 변화에 따른 기반의 확보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지역의 확대와 전문 생활인으로서의 운동을 함께 끌고나가야 하는 과제가 발생하게 된다. 직업적 운동가와 생활인으로서 전문운동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가 요구되고 있다.

예전에는 전위적인 질로 조직된 성원에 방침과 내용을 주어 대중조직으로 전진배치하는 것이 주요한 사고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부문으로의 진출과 지역의 확대를 위한 고민이 더 집중되는 시기이다. 그리고 이미 조직되어 있는 선진층들과 연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이미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하게 산재된 운동그룹들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심의 강화, 전체성의 담보, 전반적 리더쉽의 형성이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갖지 못한다면 확보된 지역과 역량 조차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네트워크 시대에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네트워크란 한편으로는 전통적 관념에서는 서클적 수준에 비유될 만큼 불가피한 후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집중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확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가능성을 가진 방향이다.

누가, 무엇이 중심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기지고 시작하는 것은 진정한 네트워크의 의미가 아니다. 활동의 성과와 내용의 중요성에 따라 네트워킹된 공간에서 리더가 될 수 있으며, 중앙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는 언제나 그 유동성이 있으며, 상호 신뢰와 그 능동성에 기반한다.

리더쉽의 문제는 다양한 운동의 스펙트럼 속에서 전체를 조율하고 지도하는 형식과 자생적으로 진행되는 여러 운동이 결정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결과물로 인식되어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쉽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시대에 요구되는 네트워커의 자질은 1)자립적이며, 2)넓은 시야와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3)개방적으로 다양한 가치관에 공감할 수 있으며, 4)하나의 생활틀 속에 스스로를 고정시키지 않고, 5)스스로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 등으로 얘기되고 있다.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조금은 비약적일지 모르겠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의 핵심 지점은 조직적 존재형태에 대한 고민보다는 분명한 자기정체성과 구심적 규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