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단 4∼5회 세미나 요약 정리 】


정보화와 변화된 운동


최 세 진(노정단(준) 운영위원

노동정보화사업단 준비위원회는 지난 9월 제1회 심포지움 이후 '정보화와 변화된 운동'이라는 주제로 세 차례의 내부 정기 세미나를 마쳤다. 하지만 다른 일정 등과 상충하는 등 모범적으로 진행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1회 심포지움까지 학습한 바 있는 정보화와 관련된 사회변화에 대한 지식습득을 기반으로, 4∼6회 세미나는 정보화를 축으로 한 여타 운동의 변화(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 운동방식에 대한 새로운 강제 등)를 통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노동환경의 구체적인 변화와 이에 대한 대안을 논의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3회에 걸친 세미나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진행되었다.

<4회> 정보통신과 민주주의

<5회> 정보화와 사회운동

<6회> 정보화와 노동운동


1. 정보통신과 민주주의


국제화라는 단어와 더불어 최근 가장 많이 들리는 '정보화'라는 선동적인 구호 속에는 '정보민주주의'라는 생소한 '민주주의'가 종종 그 모습을 드러내며 '정보화'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정보민주주의는 초기 통신을 통한 선거 참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모뎀민주주의 혹은 텔레데모트라시라는 개념부터 출발하여 정보통신 기기를 통한 상시적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가능성까지 폭넓게 이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많은 가능성과 긍정성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민주주의적 접근없이 단지 기술의 발전만을 배경으로 논의되는 일반민주주의의 확장 가능성에 대하여 회의하고자 한다.

- 한총련 CUG, 한국통신노조 CUG 폐쇄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현실 민주주의의 확장없이는 정보통신 공간만의 민주주의 확장이란 있을 수 없다. 정보통신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검열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단지 발전된 기술의 활용을 통해 민주주의가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된 기술결정론적인 사고일 뿐이다.

- 현실 사회에서 경제적 소외계층은 정보화 단계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정보부자와 정보빈자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소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 정보통신으로 시민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제는 정보통신의 특성에 기인한 개별화와 파편화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제출되지 않는다면 정보통신을 통한 민주사회의 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현실 정치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노력은 그동안 공적 정보의 접근권, 검열 철폐, 프라이버시의 보호 등에 대한 요구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당연히 경제적 민주주의 실현일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보소외를 발생시킨다. 정보소외는 다시 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정보상품화는 이러한 현재적 모순을 심화시키는 가장 위험한 자본의 무기이다. 앞으로도 이에 대한 끊임없는 각성과 대응이 필요하다.


2. 정보화와 사회운동

정보화를 둘러싼 사회운동은 그동안 두가지의 접근방식을 통해 언급되고 관찰되어 왔다. 사회정보화의 진행과정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운동과, 기존의 사회운동진영에서 정보통신을 조직, 선전 등에 활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정보통신을 운동의 수단으로 판단하느냐, 아니면 그 자체를 목적으로 취하고 있는가라는 구분방식이지만, 이러한 구분법 자체는 사회운동에서 정보화를 축으로 이후 진로를 고민하는데 있어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단지 방법론적인 수위에서 구분하고 있는 것이며, 정보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추상적 수위의 고민을 배제한 실용주의적인 판단일 뿐이다.

물론 실질적인 여러 실천방식들에 대하여 검토하고 각 부분에 대한 모범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으나 이미 많은 부분에서 그러한 접근이 충분히 시도했다고 판단된다.

현재까지 정보통신을 둘러싼 사회운동(위에서 예에서 보는 두가지 형태 모두 다)은 먼저 커뮤니케이션의 계급적 재구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봉건제 시대의 일대 일 방식, 산업자본주의 시기의 일대 다수의 방식, 그리고 소위 정보자본주의 시기의 소통방식이라고 불리어 지는 다수대 다수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당시 계급적 한계속에서 지배계급에 의해 구성되고 이데올로기화된 소통방식이었다.

계급간의 이동과 소통을 차단하는게 우선적이고, 축적된 지식의 이전이 전수의 방식을 통하던 봉건제에서는 일대 일의 소통방식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전체적인 소통체계를 이끌고 나갔었다. 하지만 노동의 집중을 기반으로 하면서 다수의 노동자를 포괄하고, 중앙집중식의 관료제로 운용되던 국가 형태를 배경으로 한 산업자본제는 다수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거대담론의 효율적 구성을 위해 일대 다수 방식의 소통체계를 구성한다.

정보자본주의에 있어서 소통체계는 그간 불리어지던 다수대 다수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거대해지고 집중화된 자본과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민중(들)의 소통체계라고 볼 수 있다. 다수대 다수 방식의 소통체계로 불리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체계 분석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더욱 집중화되고 거대해지는 자본측을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커뮤니케이션의 계급적 재구성이란 이러한 자본에 의해 파편화되고,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있는(I. 정보화와 민주주의 참조) 제 민중세력을 새로 제시된 환경 속에서 재조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근대에 새로이 구성되어 더욱 강화되어 가는 '개인'의 긍정적 측면을 확대시키고, 개별화되어 가는 파편화된 '개인'은 대자본의 틀거리에서 새로운 방식을 통해 재조직화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보운동이 '정보기본권 획득(평등적 정보접근권 확보, 표현의 자유 확보, 프라이버시 보장)'을 내용으로 하여 진행돼 온 것이나, 쌍방향성과 시공간의 한계 극복을 배경으로 각 단체에서 조직과 선전사업에 활용하고자 고민하는 것 등은 바로 이러한 개념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정보(화)라는 것을 배경으로 진행된 각 사회운동의 변화와 시도는 많은 부분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정보라는 주제에 대한 이러한 사회운동의 접근 방식에서 실제로는 자본에 의해 구성되어 가는 정보산업과 정보화 과정의 핵심에 대한 접근은 상당 부분 유보해 왔다고 보여진다. 아직까지 정보를 축으로 한 자본의 움직임에 대하여 심층적인 분석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고, 그러다보니 정보화과정 혹은 소위 정보자본주의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놓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피상적이고 실용적인 측면만을 고민해 왔던 수위인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그간의 성과들이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운동진영내 소통의 문제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정보화'(조직내 정보화 및 사회 정보화)를 화두삼아 고민하고 모색하는 사회운동 각 진영은 이 주제로 공동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여 그간의 성과를 나누고, 또한 그를 통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 등이 현재 주어진 가장 주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

(Ⅲ. 정보화와 노동운동은 본 심포지움의 발제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