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안기부대해부 - 국산 암호 독점
한겨레신문 97/03/28자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우리 정부기관을 도청할 수 있으나, 우 리 안기부는 그러지 못한다?
미국 정보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70년대의 청와대 도 청사건을 재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주 미 대사관의 통신내용이 수시로 도청당하고 있다고 늘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주미 대사관의 백동일 대령이 미국 해군성 기밀정보 를 입수해 국내로 보냈던 사건이 들통난 이후 우리 정부의 의심은 믿음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도청 방지 장치를 갖추지 못하는 한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안기부는 주한 미대사관의 동향정보에 어떤 식으 로 접근하고 있을까. 외국대사관 정보를 수집하는 안기부의 한 실 무자는 “기껏해야 대사관의 한국인 직원들과 잘 사귀어두는 게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대사관 도청은 우리 안기부의 능력 밖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안기부도 이제 미국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몇년 전부터 독 자적인 암호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개발목표 시점은 올해 말.
안기부는 정부의 통신망뿐 아니라 금융전산망과 전자문서결제 및 전자상거래 등에까지 자체개발한 한국형 암호가 마음놓고 오가도 록 하겠다는 야심이다. 명분은 정보의 자주화다. 미국도 뚫을 수 없는 국산 암호 시스템을 가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인 암호화 기술로 뒷받침되 고 있다. 암호화 기술이 뛰어나면 그만큼 암호 방어벽을 뚫고 들 어가는 도청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안기부의 `독점적인' 암호화사업 추진은 정보의 자 주화라는 좋은 명분 뒤로 불안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먼저 안기부의 암호 독점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그려진 `빅 브러더의 출현'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곧 프라 이버시의 위기이다. 안기부는 이미 외국산 암호화장비의 도입을 전면 금지시켜놓고 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까지 뚜렷한 법 적 근거없이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안기부가 표면적으로 내 놓는 외국산 사용금지 이유는 “미국 장비를 쓰면 미국 정보기관 에 의해 도청당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국산 장비가 개 발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안기부가 개발한 암호화 장비만을 쓰라.' 안기부쪽의 요구는 결 국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러나 전산보안 전문가들은 여기에 엄 청난 함정이 숨어 있다고 노골적인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 암호화 시스템을 개발한 안기부가 자기만 알고 있는 `비밀열쇠 장치(track door)'를 숨겨놓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는 것이다.
실제로 안기부는 또하나의 전산보안시설인 방화벽(firewall) 평 가인증 기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안기부 침투'를 쉽게 하는 쪽으로 정보통신부와 실무기관인 정보보호센터에 영향력을 행사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벽 프로그램의 핵심내용을 공개 하는 업체 제품에 대해 평가등급을 높여주겠다는 내용이 올해 초 마련된 정보보호센터의 평가인증 기준 초안에 삽입된 것이다.
한 전산보안업체의 임원 김 아무개씨는 “이는 사실상 모든 방화 벽 제품의 핵심 프로그램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라며 “전산보안 전문가들 사이에는 안기부가 뚫지 못하는 보안장비는 모두 불법 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기부 암호화 사업 독점의 또하나 문제점은 훨씬 직접적이고 현 실적이다. 외국산 암호화장비를 쓰지 못하다 보니 국내의 금융전 산망이 해킹에 무방비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걁은행의 한 전산보안 담당자는 “현금자동지급기의 노출된 전화 선을 따고 들어오기만 하면 암호화되지 않은 채 오가는 신용카드 의 거래정보를 간단하게 해킹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각 은행의 텔레뱅킹 또한 암호화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노련한 해커에게는 열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국산 장비가 개발되기 전까지만이라도 외국산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지만 끝내 안기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금융계는 또 거래보안이 생명인 전자상거래와 전자화폐곽 같은 첨단 금융사업에는 암호장비 없이는 아예 뛰어들 수도 없다고 강 조하고 있다. 안기부의 외고집 때문에 금융산업의 지체가 더 가속 화되고 있다는 불만인 것이다.
이 때문에 몇몇 금융기관에서는 또 외국통신업무가 잦은 6~7개 정부기관들까지도 안기부 몰래 암호화장비를 들여와 쓰고 있는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대학의 한 전산보안 전공 교수는 무엇보다 안기부의 암호화 사업 밀실추진 방식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 가안보상 안기부가 개발중인 암호화 시스템의 내용을 철저하게 보 안에 붙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지금 안기부는 암호화사업 의 모든 것을 비밀리에 끌고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암호화사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민감하게 충돌할 뿐 아니라 첨단 컴퓨터산업 분야이기도 하다”며 지금부터라도 공개의 폭을 넓힐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밀실추진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내무부는 최근 논란 많은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안기부 자문을 받아 거기에 채택될 암호화 시스템이 90% 이상 개발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시행목표인 전자주민카드에는 7개 정부기 관의 42개 정보가 담기게 된다.
국내 암호학계의 한 전문가는 “안기부는 당연히 7개 정부기관의 마스터 키를 복제해 두려 할 것”이라며 “안기부원이 내곡동 청 사에서 전국민의 개인신상정보를 마음대로 열어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암호화의 모든 것을 안기부가 밀실 독 점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전자주민카드 정보의 안기부 침투를 견 제할 수 있는 장치를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가 갖는 개인정보통제 우려는 오픈게임에 불 과하다. 안기부는 내년 이후 선 보일 한국형 암호화 시스템에서는 안기부나 검찰청 등이 금융전산망 등의 암호 열쇠를 나눠맡아 관 리하는, 이른바 열쇠위탁 방식을 접목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안기부는 이 경우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은 뒤 그 열 쇠를 사용하면 사생활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 열쇠 보관기관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열쇠 사용 소지를 근원적 으로 막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
안기부의 암호화 사업에 관여했다는 한 전문가는 “지금 가장 시 급한 것은 암호 관련 법규정의 정비”라고 말했다. 올해 말 개발 될 한국형 암호화 시스템의 열쇠를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또 안기부 등의 암호기술 악용을 어떻게 가중처벌할 것인지를 명 시하는 법규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보통제와 밀실추진 방식에 익숙해 있는 안기부가 스스로의 발목을 묶는 법규정 마련 에는 소극적이라고 귀띔했다. 특별취재팀
[암호]OECD,인터넷 강제검색 허용계획 승인
동아일보 97/03/28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일 법집행기관들에게 인터넷상의 강제검색 을 허용하는 계획을 승인하고 인터넷 암호화법 제정에 관한 국제협력을 촉구했다.
OECD는 8개항으로 된 지침에서 법집행기관들에 "암호화된 데이터에 대 한 平文 또는 암호해독 열쇠"에 대한 법적인 접근을 허용함으로써,인터넷 을 이용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정부당국의 도청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상의 메시지는 외부침입을 받기 쉬운 취약점이 있어 일부개인과 기업체들은 스크램블(암호화기법)을 이용, 통신의 비밀을 지켜왔다.
이와 관련 미국 영국 프랑스등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인터넷 암호화에 대한 법적 통제를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미 법집행기관들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 암호에 접근할 수 있 도록 하는 국제 컴퓨터-보안 암호 시스템을 지지해왔다.
미국의 데이비드 아론 OECD 대사는 OECD가 매우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 며 현행법에서는 마약거래자와 테러리스트들을 포함한 범죄자들이 인터넷 통신의 암호화를 이용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