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R(Computer Professionals for Social Responsibility:우리 말로 옮기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의 모임 정도가 되겠군요.) 버클리 지 부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모임(Peace and Justice Working Group)에서 펴낸 컴 퓨터와 정보기술에 대한 강령입니다. CPSR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올리겠 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컴퓨터기술이 사회에 미 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컴퓨터 전문가들의 단체입니다. 1981년에 설립되어 서 현재 미국 내에 20개 이상의 지부를 갖고 있으며, 컴퓨터와 관계된 여러가지 정책대안 제시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원문 제목은 A Computer and Information Technologies Platform(1992, CPSR Berkeley Chapter)입니다.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주요 부분을 번역해서 올립니 다.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개인적으로 메일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에 올리는 부분은 서문입니다. 뒷부분에는 참고로 강령 전체의 제목을 올리겠습 니다.(이 부분은 번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와 정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기술들은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
활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달은 근본적인 인간적 요구에 의해
서가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무질서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새로운 기술의 발달은 정보의 수집, 작업 환경 개선, 질병, 가난, 굶주림 등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능력을 놀랄만큼 증가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우
리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여러 사회문제의 증가를 보아왔다. 개인의 프라이버
시가 침해되고 작업환경의 감시체제가 강화되었으며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
고 있다. 주택문제는 최고조에 달해있고 환경오염 또한 심각하다. AIDS등의 새
로운 질병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사회로 볼 때 우리는 분명히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기술적 수 단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되는 것은 기술 개발의 우선 순위를 설정 하고 이를 추진하며 생산된 사회적 부를 분배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정/치/적/ 문제이다.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 에 부딪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기본적인 의무이다. 특히 컴퓨터와 정보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과학기술자로써 우리는 이러한 테크 놀로지에 대한 정치적 강령을 세워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이 강령은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발전이 현존하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연 하고 실천가능한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 강령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단체의 의견을 종합한 것임을 밝혀둔다.
우리가 이 강령에서 컴퓨터와 정보기술만을 다룬 것은 그것이 우리의 전공으 로 가장 친숙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생명공학이나 신소재 공학, 혹은 지적 재산권 등의 중요한 문제를 언급하지 못했다.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분야에서 이러한 강령을 세워주기를 우리는 고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강령은 결코 최종적인 것이 아님을 말하고자 한다. 과학기술 의 발전은 계속 가속화되고 있으며 새로운 이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문제의식도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나갈 것이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인간의 지식은 역사를 통해 축적된 사회적 자원이다. 따라서 이는 어떠한 개
인, 회사, 혹은 국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공공 자원으로서의 지식은 누구에게
나 접근이 보장되어야 하며, 우리는 '정보 생산자'와 '정보 소비자'라는 간극을
뛰어넘어야 한다.-새로운 정보 기술의 가장 큰 가능성은 우리가 단순히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정보의 생산자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의미의 민
주주의 사회라면 의사 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에의 접근이 공평하게 보장되
어야 한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임을 상기하자. 모든 사람들이 정 보화 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수준 높은 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물론 공공의 차원에서 지원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뒤쳐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각종 재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통 해서 소수의 정보 엘리트에 의한 정보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컴퓨터에 대한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도시의 미개발 지구나 농촌에는 공공의 컴퓨터 센터가 설 립되어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 2. 정보 기술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 >
민주주의 사회는 정보의 개방성을 요구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갈수록 컴 퓨터 등에 의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민의 13%가 컴퓨터를, 10%가 모뎀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각종 데이터 베이스의 사용요금은 가난한 사람들 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재산정도에 상관없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값싼 장비의 공급-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사용요금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각종 연구와 공공 데이터 베이스 개발을 국가에서 주도할 것을 요구한다. 많은 경우에 있어 새로운 기술 은 그 자체가 사용상의 장벽이 될 수 있으므로 보다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한 비상업적 연구를 증진시켜야 한다.
< 3. 국가 정보 시스템은 개방적이어야 한다. >
정보화 사회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산-유통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 유통의 근간이 되는 국가적 정보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국가 정보 시스템이 어 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우리 개개인의 소통방식이 규정될 정도로 이 시스템의 성격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개방적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앞 으로 건설할 사회의 근본틀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가 정보 시스템이 모든 정보-기업이나 학교뿐만이 아니라-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며, 누 구에게나 사용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보시스템은 일종의 '정보 고속도 로(Information Highway)'를 건설하는 것인데, 고속도로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 처럼 이러한 작업도 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 '정보 고 속도로'가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실핏줄의 역할은 현재의 전화망이나 CATV 망이 맡게 될 것이다. 앞으로 채택될 ISDN의 역할에도 다음의 원칙-통신망에 대 한 사적 독점 금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장, 공평한 접근 기회 보장 등-이 지 켜져야 할 것이다.
< 4. 공공 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 >
* 참고 : 미국내 대부분의 도서관들은 통신망(Internet)을 통해 접근이 가능 합니다. Internet에 접속할 수 있는 사용자는 도서관들의 목록을 검색할 수 있 으며, 타 도서관으로부터의 대출도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공공도 서관은 고사하고 대학 도서관의 전산화도 되어 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 새삼 한심하군요. 이 부분은 번역을 생략하겠습니다.
< 5. 공공 정보(상품으로 유통되지 않는 정보를 말합니다 - Public Information Treasury)를 확충해야 한다. >
시장경제는 말 그대로 시장에 의해 상품생산이 결정된다. 정보가 상품으로 팔리는 이상,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곧 소멸해 버리고 말 것이다. 1986년, 대표적 데이터 베이스 회사인 DIALOG의 사장은 "돈이 되지 않는 데이터 베이스에는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데이터베이스가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문과학 (Humanities)"이라고 대답했다. 정보의 수집 은 이런 식의 시장원리에 내맡겨져서는 안된다. 시장성을 불문하고 가능한 한 모든 분야의 정보가 수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6. 정부 문서에 대한 접근이 자유롭게 이루어 져야 한다. >
< 7. 공공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
최근에 연방정부는 사회 공동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데이터 베이스를 기업 에 내줌으로써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담시키려 하고 있다. 다시 한번, 공공 정보 는 사적 소유가 될 수 없음을 밝힌다. 우리는 이런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 부에 요구한다.
< 8. 정보는 공적 재산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
"새로운 정보기술이 정보의 재생산을 용이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존 하는 지적 재산권법은 새로운 지적 재산의 확산을 제한하고 있다. 다른 상품과 는 달리 정보는 널리 사용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지적재산 권을 보호하는 이유는 진보와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의 특허제도와 저작권법은 오히려 이러한 진보를 방해하고 있다. 지적 작업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의 보장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중요한 연 구업적들이 국립 연구소나, 국가의 지원을 받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수많은 공공정보와 쉐어 웨어 프로그램들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 을 들 수 있다. 물론, 작가나 발명가는 그들의 작업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 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가 과연 이를 얼마나 만족시키고 있는가는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특허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개인의 소유라 하 더라도 피고용인은 고용인과의 협상에서 실질적인 특허의 소유권을 포기하게 된 다. 오히려 많은 경우에 있어 특허제도나 저작권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을 저해 한다. 기업이나 국가간의 경쟁에 의해 수많은 정보가 비밀에 부쳐진다. 컴퓨터 사용자들은 모든 사용자 interface에 대해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프로그래머들 은 행여나 알려진 특허를 침해하지 않을까 고심해야 한다.-심지어 프로그래머들 은 알지도 못한 채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 우리는 프로그램 특허에 대한 유예 를 요구한다. 또한 알고리즘과 설계분야에 있어서의 지적 재산권의 철폐를 요구 한다. 특허권이나 저작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연구개발을 위한 사회적 기금의 조성과 새로운 연구풍토의 조성이 진정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술 발전을 증진시 키는 길이다.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발달은 데이터의 축적과 통신을 촉진시켜왔다. 이러한
발전은 인간을 교육시키고 각종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동시에 정
보기술은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수많은 증거들은 후자와 관련된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새로운 정보기술은 우리의 자유를 확장할 수 있는가 하면 존재하는 자유마저
빼앗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러한 기술들에 대해 무지하다면, 개인적 자유를 심
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정책들이 뿌리를 내리고 말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경찰과 여론 매체에서는 소위 /해커/ 집단을 통신망을 치
명적으로 손상시키는 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 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
만, 통계적 수치를 무시하면서까지 과장해서 떠들어대는 데에는 뭔가 다른 이유
가 있다. 우선, 해커에 대한 과장된 묘사는 일반사용자들로 하여금 개인의 자유
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해커들에 의해 나의 가정이, 재산이, 사업이 나
도 모르는 사이에 침범될 수 있다는 과장된 공포는 정작 자신의 자유에 대한 근
본적 위협에는 둔감하게 한다.(* 도둑을 막는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연결된 CC
TV를 연결한다든가...) 또한 해커에 대한 이러한 공격에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
자체를 범죄와 연관시키려는, 따라서 정보기술을 알아서는 안된다는 위험한 가
정이 깔려있다.
해커에 대한 히스테리적 반응은 결국 해커들이 실제적으로 가할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해커에 대해 떠들어대는 국회의원, 법
률가, 여론 매체, 일반인들로 하여금 먼저 컴퓨터와 정보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
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모든 정책은 기업이나 정부의 안보를 위해서
가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해서 수립되어야 한다.
< 2. 헌법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
컴퓨터에 의해 새로운 사회가 시작되었고 변화된 사회에서 새로운 법률적 해
석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기본권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
다. 오히려 헌법의 기본권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
이다. 즉, 컴퓨터 통신은 의사 표현의 자유, 정보의 전달은 출판의 자유에 의해
서 보장되어야 한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 회의,
전자 게시판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신망의 정보를 통제하는 역할은 사용자들과의 합의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
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수색과 체포에 대한 법률적 제한이 컴퓨터 통신망의
사용자들과 정보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 3.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
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기업, 경찰 등에서 개인들
의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보의 수집이 이루어지는 과
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에서는 그들이 수집한 정보
의 정확성에 책임을 져야 하며, 정보가 어떤 경우에 누구에게 제공될 수 있는지
밝혀야만 한다. 정보수집기관에서 이를 거부했을 때는 법률적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하며, 개인에게는 어느 기관에서 얼마만큼의 정보를 갖고 있는지 알 권
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기술도 개인의 일상생활을 감시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기술은 개인에 대한 감시를 불가능하게 하는데 사용될 수 있
다. 한 예로 디지털 암호화 기술은 통신상에 있어서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이런 기술들이 사용되지 않는 것은 통신망을 감시하려는
정부의 반대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암호화 기술이 통신상의 프라이버
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4. 경찰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가 필요하다. >
새로운 정보기술은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경찰의 능력을 놀랍게 확장시켜
왔다. 단적인 예로 LA 경찰청에서는 불량배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양의
흑인, 라틴 계열 젊은이들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 데이
터 베이스는 FBI의 비디오, 사진 판독 기술에 의해 더 강력해 졌다. 이러한 데
이터 베이스가 전과자들의 통제에 사용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라. 최악의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첩보 위성을 이용하여 모든 사회 그룹의 행동이 감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찰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함을 주장한다.
컴퓨터와 정보기술은 작업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노동의 재조직을 강제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150여년전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노동자
들에게는 재앙이었다.-제조업 분야에서의 대량 실업, 최근 15년간의 임금 하락,
노동 시간의 증대, 가난과 주택문제의 악화 등. 놀랍게도 미국의 노동자들은
1966년이래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빼앗기고 있으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
점에만도 9백 50만의 실업자가 존재한다. 그들 중의 상당수는 아예 새로운 직업
을 찾을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는 이윤에 대한 추구가 정작 그 이윤을 생산해 내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마는 수많은 경우를 보아왔다. 단적인 예로써, 반도체 생산의 청정 과정
중에 인간이 어떻게 공정을 오염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무성하지만, 제
조과정에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위험이 되는가에 대해서
는 어떤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끼
칠 영향을 고려함 없이 생산 공정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오류를 시정하기 의
해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새로운 기술은 결핍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생산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부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만 조직되어 왔 다. 우리는 생산을 재조직해야 한다. 기업체에서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면서까 지 로보틱스와 자동화시스템을 채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 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의 제조업분야에서는 100만의 일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직업을 잃지 않은 노동자들도 전지구적인 노동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는 임금의 감소 등을 감수해야만 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직업의 대부분은 저임금 직종들이고, 이러한 결과로 노동자들의 평균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저임금 직종으로의 이동은 생산 라인 등의 미숙련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임금과 사회보장제도는 자동화나 자본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보장되어야 한 다. 작업시간을 감축함으로써 현존하는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 의 하나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성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에 있어서의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은 갈수록 적은 수의 노동자만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므로, 사회적 필수품의 분배가 더 이상 노 동에만 의존할 수는 없게 되었다. 우리는 자동화나 직업 구조의 변동에 의해 실 업자가 된 노동자들에게 생활비와 아울러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 2.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있어 야 한다. >
자동화로 인해 실업에 내몰린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자질구레한 직업에 종사
하고 있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기술의 응용은 생산현장에서의 노동을 탈숙련
화 시키고 있고, 디지털 기술은 작업과정의 감시를 더욱 쉽게 만들어 놓았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의 2/3가 작업을 감시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을 결성하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생산수단이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해
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들은 노동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 강요되고 있다. 실제로 설계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충분한 기여
를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분명, 새로운 기술은 인간을 지루하고 위험한 작업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인간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할 수
도 있고, 노동과 삶의 향유가 일치할 가능성을 창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
한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작업의 질을 개선할 수 있
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조직을 방해하는 모든 장벽
이 철폐되어야만 한다. 동시에 노동자는 작업현장의 감시로부터 보호받아야 한
다. 우리는 노동자가 설계과정에서 부터 참여해야 함을 주장한다. 새로운 기술
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노동자들은 설계과정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정과 목
적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힘없는 참여란 있을 수 없다! 컴
퓨터와 정보기술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을 조직하고 있고 동등한 작업간
의 관계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각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통제
만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
라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3.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 해야 한다. >
흔히 기술의 발전은 정작 그 기술을 사용하게 될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 산업의 제조과정에는 많은 독성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암, 기형아 출산, 면역 기능 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들은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받아야 하고, 해고의 위험없이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또한 그들이 다루고 있는 화학물질
이 어떤 해를 입힐 수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작업환경이 노동
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작업환경의 개선을 위한 연구가 증진되어야 함을 주장한
다. 또한 직업병 및 산업재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컴퓨터의 도입과 함께 새로운 직업병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 가에 대한 믿을 만한 연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러한 직업병들은 제조업자와 정부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등한하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우리는 작업장에서의 컴퓨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이루어 져야 하며 노동자들을 위한 인간공학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물론, 이러한 기준은 새로운 기술이 채택되기 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제조업자들과 고용자들은 재해가 발생한 후의 보상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재
해 예방을 위한 연구에 투자를 해야만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안전이다. 근시안적인 이익에만 집착하여 이를 무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엄청
난 사회적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 4. 노동에 대한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
컴퓨터와 정보산업 종사자의 대부분은 백인 남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수민 족이나 여성들에게도 균등한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야 할 것이다.
< 5. 새로운 작업방식을 보호해야 한다. >
컴퓨터와 정보기술은 새로운 방식의 작업 방식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원격 통신을 이용하면 노동자들은 통근에 필요한 비용을 낭비함이 없이 가정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가정에서의 업무는 존재했다. 그러 나 아직까지는 '집에서도 일할 수 있다.'가 아니라 '집에서마저 일해야 한다.' 라는 식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전자기술이 이런식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한 다. 앞에서 말한 새로운 작업방식의 가능성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전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분업도 협업도 아닌, 그러나 이전의 고립된 장인적 방식도 아닌...
< 6.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한다. 급변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서는 재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를 노동자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 한 일이다. 재교육 비용은 기업과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
지구는 하나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늘어가고 있고 기술이 환경에 끼치
는 영향에 대한 무지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새로운 기술이 환경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주의가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 이는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문화적 환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나
뿐인 지구를 고갈시키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창안을 위해, 우리
는 다음을 주장한다.
전자기술을 사용한 제조업은 기존의 어떤 산업 못지않게 인간의 건강에 위험 하다. 제조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환경이 망가지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서 는 안된다. 기업체는 무공해 상품과 제조법에 대한 연구를 책임져야 한다. 예로 써 회로 기판을 만들 때 생성되는 CFCs-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와 같은 유해물 질이 사용되지 않는 새로운 제조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전 지구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위 선진국의 공해산업이 이러 한 규제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개도국으로 넘어가 버릴 것이다. 공단을 조 성할 경우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하고 공단조성에 의한 환경 변화를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은 공해업소에 정화장치를 요구하거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회사 문들 닫아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2. 상품의 폐기와 재사용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
정보처리 기기들의 수명은 유한하기 때문에 수명이 다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폐기물을 매립했을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상품의 설계과정에서 부터 폐기-재사용에 대한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 품의 판매뿐만이 아니라 폐기-재사용도 기업의 책임이다. 기업은 자신들이 판매 한 시스템에 대해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 하고 대체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수명을 다한 상품들이 새로운 상품의 제조에 쓰일 수 있도록 하거나, 낡은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 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3. 문화적 환경 >
우리는 자연적 환경뿐만이 아니라 문화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문화
적 환경속에서 우리의 사고방식, 행동양식, 존재가 형성된다. 최근까지 문화적
환경은 직접적 교류, 가정, 사회생활을 통해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
운 문화적 환경이 출현하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문화는 소수의 독점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대중매체를 통해 팔리는 상품으로 변화되었다. 물론, 똑같은 기술이 전혀 다른
가능성을 위해 쓰일 수도 있으나, 출판과 같은 기존의 매체뿐 아니라 CATV등의
새로운 매체가 모두 소수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정보기술이 문화의 상품화와 획일화를 막는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문화의 생산과 분배에 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
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시각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이며 미디어의 역
할은 이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컴퓨터와 정보기술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많은
문화 현상의 경우, 컴퓨터의 도입 자체가 해악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
다.
역사적으로, 정보의 흐름은 일방통행 식이었다. 반면, 이러한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정보기술의 이동은 선진국들에 의해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이로 말미
암아 제3세계 국가들의 대선진국 의존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국제적 시장 경
쟁이 격화됨에 따라 국가간의 경쟁은 정보기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미국에서 기술발전을 위해 동원되는 가장 인기 있는 수사는 '국가경쟁력의 강화'이다. 이러한 슬로건은 오늘날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다국적 기업이라는 사 실을 숨기고 있다. 또한 날로 국가간의 상호의존도가 높아가고 있고 전지구적 규모의 노동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계 인구의 2/3가 빈곤과 열악한 환경에 고통받고 있는 현 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슬로건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이어야 한다.
< 2. 기술인력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
개도국으로부터 선진국으로의 두뇌 유출은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 전체 공과 대학 학생의 40%가 외국출신이고, 그들의 대부분이 개도국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마친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자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미국의 이민법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 인력의 집중은 국가간의 수직적 계층구조를 심화시킬 뿐, 지구 온실 효과, 생물의 다양 성 보존 등의 전지국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도국 들의 선진국에 대한 기술적 종속이 심화될 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 3. 군비경쟁이 중단되어야 한다. >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달라 규모의 군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 엄청난 돈의 대부분은 무기 수출국-특히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국인 미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최첨단 무기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증가할 수록 군사 분야에 대한 연구의 편중도 심화되고 있다. 무기의 거래는 각국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독재 정권들의 물리적 힘을 증가시켜 주고, 긴급한 사회-환경 문제에의 투자를 어렵 게 한다. 우리는 군비시장의 지속적이고 완전한 해체를 요구한다.
< 4. 새로운 세계 정보질서가 요구된다. >
정보 분야에 있어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 사이의 불균형은 이들 국가와 개도국과의 불균형을 생각해 보면 아무것 도 아니다. 기존의 세계 정보 질서는 이러한 차이를 더욱더 조장하고 '정보 부 자'들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형성되어 왔다. 단적인 예로 선진국들은 첩보위성과 무선 통신망을 사용하여 세계 각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집중은 국제적 관점에서 볼 때 특히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는 국 제적 정보의 수집과 분배는 국제적 통제하에 이루어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80년대 미국과 영국이 유네스코에서 탈퇴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죠. '정 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주장했던 미국은 제3세계가 중심이 되어 '정보의 독점 철폐'를 요구하자 유네스코가 정치화되었다며 탈퇴해 버립니다.)
< 5. 국제적 노동분업은 재고되어야 한다. >
컴퓨터와 정보기술은 보다 나은 상호 교류와 협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나,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공해산업의 제3세계 수출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국 제 노동 분업질서의 성립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저개발국은 경제적 낙후 뿐 아니라 환경상의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세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 는 제 3세계를 파괴시키고 있는 이러한 노동분업이 철폐되고 새로운 국제적 질 서가 수립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컴퓨터 기술의 시작은 군사적 필요에 의한 것이었고 아직까지도 군사적 영향
이 강하게 남아 있다. 흔히 파급효과-군사 기술이 비군사적으로 이용되는-를 말
하지만, 핵전쟁에 견딜 수 있는 컴퓨터 칩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현실은 이러한 효과에 대해 회의하게 만든다. 군사적 기술이 민간분야에 이용된
예는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용효과 창출
에 있어서도 군사 분야에 대한 투자는 민간 부분에의 투자에 비해 덜 효과적이
었다.
또다른 중요한 문제는 기술개발이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공공의 의견 수렴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무작정 개발해 놓고는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식이다. 소위 첨단 기술자들이 HDTV같은 가전기기나 군사기술
의 응용을 위한 연구에 몰두해 있는 동안, 긴급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연구는
무시되어 왔다. 아니면, 마치 사회적 문제가 새로운 기술에 의해 해결될 수 있
는 것처럼 '기술적인'측면에서만 접근이 시도되어 왔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현재의 연구개발은 사기업에 맡겨져 있거나 정부 기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연구개발의 우선순위가 일반 대중의 의견 수렴은 고사하고 알려지지조차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경우 새로운 기술은 '수요와 목적을 /만/ 들/어/ 내야 하는 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HDTV나 SDI(우주 방위 계획)등이 도대체 얼마나 사회적으로 필요하단 말인가? 대학연구의 상당부분 역시 국방성 에 의해서 재정지원과 통제를 받고 있다. 군사기술에 대한 연구가 우연찮게 일 반적인 용도로 쓰일 수 있었다고 해도 갈수록 심해지는 군사연구와 사회적 필요 사이의 괴리는 이러한 우연마저 일어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잘못된 우선 순 위는 비단 재정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소중한 인적자원을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환경문제 같은-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 운 기술의 연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루어질 것과, 그 기술을 사용하 게 될 일반 대중의 통제하에 이루어져 함을 주장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인간 의 건강이나 환경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정치적 목적이 아닌 인간적 사회적 필요가 연구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 2. 군사 경제에서 평상시 경제로의 이행 >
최근의 국제적 정세를 보더라도 국방성이 쓸데없이 많은 권력을 소유하고 있 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각종 군사적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을 없애고, 과장된 군 사적 위협이 아니라 긴급한 사회적 문제에 예산 편성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 다. 나아가 전세계적 군비시장의 완전한 해체를 추구해야 한다.
< 3.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 >
"기존의 프로젝트 배후에 깔려 있는 정치적 배경과 이런 프로젝트가 수반하는
수사에 대한 세심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심은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형편없이 좁은 시야에 갇혀있기 쉬운 과학기술자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공학
교육은 과학기술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작업이 어떤 식으로 정치적인 맥락과 연
결되어 있는지 판단할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정치적 맥락과 함께 우리가 일하고 있는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
학, 자연과학 분야의 교육과정에 보다 많은 사회과학적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학 협동 연구나, 위탁 연구 등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는 보다 많은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who can do technology)
을 필요로 한다. 해커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할 일
은 인문학도들도 컴퓨터에 정통하도록 하는 것, 혹은 노동자들을 전문적 엔지니
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hackerize the humanist, engineerize the
work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