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단 제1회 심퍼지움】 기조발제문 1





정보화와 사회변동, 그리고 노동자

―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미래와 사회진보의 과제 ―





※ 이 발제문은 '정보화' 혁명 등에 관한 논의에서 사실상 문외한의 입장에있는 사람이 그와 관련한 몇몇 논의를 인상비평식 ( 印 象 批 評 式 )으로 간단히 스케치한 것입니다. 노정단이 제공한 자료와 지식인연대의 '영상 정보통신 모임'의 mailing-list에 올려진 자료를 주로 참조하였고, 기본적 구도는 "노정단 제1회 심포지엄 세부기획(안)" 가운데 '다룰 내용'에 따랐습니다. ― 채만수


※ 여기에 실은 글은 심퍼지움 행사 직후 필자께서 약간 보완한 내용입니다. ― 편집자 주



1. '정보화' 혹은 '정보사회'

1) '정보화' 혹은 '정보사회'와 관련하여 우선 그것을 이른바 '정보(초)고속도로' (Information [super-]highway) 및 그것을 포함한 컴퓨터 통신을 중심으로 표상하는 경향과 현재 특히 극소전자혁명을 핵심적 내용으로 하면서 진행 중 인 과학기술혁명이 생산 및 사회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두개의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보화' 혹은 '정보사회'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는 대개 후자의 관점, 즉 정보화'를 보다 넓고 포괄적인 변화로 보고 있으나, 예컨대 영국 노동당의 문 건 Labour Communicating Britain's Future (Introduction)이나 노동당 Shadow 내각의 Heritage Secretary인 Chris Smith의 1995년 10월 당대회에서의 연설 INFORMATION SUPERHIGHWAY는 정보화를 컴퓨터 통신 및 그 기반시설로서의 이른바 '정보 초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의 논의 경향은 기본적으로는 과학기술혁명 일반과 그 영향이라는 식으로 광의의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논의가 '정보화'와 관련한 '정치적 실천' 및 정치적 전망의 문제로 나아가면 갑자기 컴퓨터 통신, '양방향 통신을 통한 민주주의의 가능성' 문제로 협소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 이는 우연이 아니고 '정보화'라는 용어가 '정보(화) 사회'라는 용어로 발전하면, 이 용어 자체가 사회 변화의 본질과 전망에 대한 일정한 경향성을 드러 내는 술어로 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서술이 있다.

"정보화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서 주목받을 수 있게 하는 근저의 변화는 조직화된 자료로서의 정보가 이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원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경제적 부의 창출의 주된 요소가 물질과 동력을 이용한 생산이었다면, 정보화 사회는 정보, 또는 지식이 생산력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좀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집단이 사회의 주도 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다." (「바른 정보사회 실현을 위 한 모임」 內 {정보산업 연구회}, '정보화 사회, 그 희망을 찾아')

여기서는 '자료', '정보', '지식'이 사회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들을 누가 어떻게 생산, 가공, 처리, 전달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그 직접적 수단이 되는 Computing과 그에 기초한 통신이 주요 관심사로 된다.

일단 문제가 이렇게 설정되면―자본에 의한 정보의 독점과 조작, 노동자계급이나 기타 빈곤층의 정보에 대한 '접근 가능성' 여부 등과 관련한 비판적인 분석과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적인 전망은 네트워크의 확산과 그에 따른 '참여 가능성'의 확대로 '전자 민주주의' 혹은 '산업 민주주의'의 가능성으로 된다.

3) "조직화된 자료로서의 정보"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원"의 하나로 등장하게되는 근저의 변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극소전자혁명을 중심으로 한 새 로운 과학기술혁명인데,*주1) 여기에서 '정보'에 발생한 혁명적 변화는 그것의 디지탈화(digitalize)이다.

이 디지탈 혁명을 통해서 정보 자체의 생산, 가공, 처리, 전달 등의 방법에 혁명적 변화가 발생하고 사회적 생산력에 혁명적 변화가 오고 있을 뿐만 아니 라, 널리 회자되는 것처럼, 정보 자체가 중요한 자원, 중요한 상품으로 되었다 고 할 수 있다. 즉, '정보' 자체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정보화' 문제의 핵심은 정보의 디지탈화라고 할 수 있다.


2.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낙관론과 '비관론'

대개 '정보화 사회'는 현재 '형성 중이고 그 초입'에 있다는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데, 형성될 '정보화 사회'의 상과 관련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의 양극 이 있는 것 같다.

1) 대표적인 낙관론으로는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 등 미래학자들의 '정보 사회론'이나 '후기산업사회론' 등을 들 수 있을 것인데*주2), 주지하다시피 이 들은 '정보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그 확산으로 사회는 이미 '과 거의 자본주의적 모순'을 극복한 새로운 사회로 변모했거나 변모하고 있다고 보 고 있다.

그들에 대해서는, "앨빈 토플러 류로 대변되는 후기산업사회 논자들의 '정 보사회론'"은 "일면적으로 … 기술 발전에 대한 긍정성을 표피적으로 받아들이" 기 때문에 "'기술결정론'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안유석, '좌파적 정보운동을 제안한다 ― 변혁 지향 정보운동의 가능성과 한계, 우리의 운동적 전망'; 안유 석은 그러한 "딱지만을 붙인 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스스로를 가두는 좌파 의 자기중심성은 현실적인 변화로부터 이행의 동력,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한 다"고 경계하고 있다).

2) 여기서는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 류의 커다란 낙관론 대신에 영국 노 동당의 좀 단순한 낙관론을 보자.

영국 노동당은 Labour Communicating Britain's Future(1995)라는 문서에 서, "우리는 지금 인쇄기술의 발명이 초래했던 것만큼이나 심오한 혁명의 문턱 에 서 있다. 전지구적으로 수많은 방식으로 신속한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지금 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규모로 정보를 공급받고 탐색하고 수령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기술은 우리의 모든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인데, 이러한 "새로운 정보사회에서 우리는 … 그 기술이 전반적으로 우리의 공동체의 이익에 맞도록 나아가게 할 수 있고," 특히 '정보 초고속도로'라는 통신망을 "이용함으 로써 우리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미래상을 바꿀 수 있는 exciting opportunity 를 갖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주3)

3) 위와 같은 '낙관론'에 반해서 '정보화 사회'가 초래하고 있는 제반의 사회 적 문제점들, 특히 기술적 구조적 실업과 부와 빈곤의 집적 집중의 심화, 사회 적 통제의 강화 등을 지적하고 전망하는 견해가 많은데, 이를 '비관론'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견해들은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을 지적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그에 대한 대응을 촉구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논자로서는 제레미 리프킨({노동의 종말})이나 해리 브레이버맨 ({노동과 독점자본}) 등을 들 수 있을 것이고, 기타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대부 분의 노조 및 노동운동 단체들의 견해들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4)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낙관론'과 '비관론'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루자.


3. 정보 민주주의?

1)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낙관론'과 '비관론'에 반대하고, 어느 방향으로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이해하면서 참여와 운동을 통한 '정보 민주주의' 혹은 텔레데모크라시를 얘기하는 조류가 있다. 그리고 통신 공간에는 실제로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단체와 개인이 많다.

2) 다음과 같은 글은 이들의 기본적 태도를 나타내 준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물론 미래 정보화 사회에 대해서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을 것이 다.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그것은 모두 공통적으로 '기술결정론'에 기반한 다. 기술을 사회 외적인 것으로 전제하고(기술의 발전은 자기 내적인 것으 로 전제된다), 기술 내적인 특성으로부터 사회변화의 상을 추론해 내는 것 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방향은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결정되 며, 특정한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도 그것이 쓰여지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오병일, '정보와 진보운동')

이외에 '정보에 대한 모든 사람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수접근론'도 그를 통한 '정보 민주주의' 혹은 '전자 민주주의'의 '열려 있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그런데 이러한 견해는 ① '정보화 사회'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통신'과 '데이타베이스'에의 접근의 문제로 협소화하고, ② '정보화 운동' 혹은 '정보 민주주의 운동'이 폐쇄적인 이른바 cyberspace 지향적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 다.*주4) 또 현실적으로는 그들의 '적극적 참여'의 수단과 통로가 되는 기반시 설(information infrastructure)이 국가든 사인(私人)이든 타인에 의해서 소유 되어 있어서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참여'할 수 없다는, 그리하여 '참 여'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도 이들의 주장에는 약점이다.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면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신분증 (Electronic ID Card)과 같이 개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고, 또 예컨대 이른바 '정보화'가 가장 전형적으로 그리고 가장 선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 국에서처럼,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적 부의 소수에의 집중 독점과 대중의 빈곤화가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 그에 따라 파시즘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전자 민주주의' 가능성론에 대한 유력한 반대논거가 될 것이다. 정보 통신 분 야 자체에서도 매수 합병(M&A)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극소수의 대기업에 의한 지 배가 강화되고 있다.


4. '정보화 사회'론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문제

;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이라는 문제의식을 확고히 하는 것!

1) 앞에서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낙관론'과 '비관론'에 대한 평가를 뒤로 미루었었는데, 이들 상반된 두 전망뿐만 아니라 '정보 민주주의'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평가도 사실은 그것들이 '정보화 사회'의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과 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망하는가 하는 점과 관련이 있다. 어느 것이나 문제를 절대적으로 그러한 문제의식과 분리해서 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2) 이른바 '낙관론'과 '정보 민주주의론'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문제의식이 거 의 없거나 극히 약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평가할 때, '기술결정론'이라고 얘기되는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 커 류의 '정보사회론'이나 '후기산업사회론'에 대한 평가로서는 별반 이의가 없 어도 '정보 민주주의론'에 대한 평가로서는 상당한 반론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보민주주의론에는 일반적으로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 이 초래하는 실업과 빈곤의 필연적 축적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철저한 인 식이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전망'도 거기에서 내오고 있지 않다.

주어져 있는 문제의 본질은 컴퓨터나 기타 정보 기술, 정보 시설의 대중에 의한 접근이나 이용, 혹은 기업과 공장에서의 그것의 '민주적 이용', 그리고 그 것을 이용한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의 실현이 아니고, 그것들이 체현하고 있는 새로운 생산력이 미치는 사회적 (재)생산*주5)과 관련하여 미치는 영향·충격이다.

일부 '정보 민주주의'론은 이러한 영향과 충격을 주목하지만, 그러한 것들 을 지적하는 것과 '정보 민주주의' 사이에 논리적 연관이 없거나, '자본과 노동 조합간의 신기술 (도입) 통제 협정' 등 퇴행적인 내용의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 인터넷 바람을 타고 제도권 신문이나 잡지에 '정보사회'에 관한 논의 가 범람하는데, 그것들의 공통점이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 류의 '정보사회 론' 및 '후기산업사회론'과 '정보 민주주의론'을 적당히 결합시켜 놓는 데 있다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고, 이들 논의들이 바로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과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 충격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것 이기 때문이다.

3) 이른바 '낙관론'이나 '정보 민주주의론' 등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비관론' 이라고 말하는 견해들은 일반적으로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이 초 래하는 실업과 빈곤의 필연적 축적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아주 생생한 분석들을 해내고 있다.

인터넷상의 많은 노동단체 등의 웹사이트에서 이러한 견해를 많이 만날 수 있고, 앞에서 본 것처럼 해리 브레이버맨이나 특히 제레미 리프킨의 견해는 가 장 대표적이고 포괄적인 것인데, 다만, 예컨대 리프킨의 경우처럼, 그들의 견해 에는 그러한 영향과 충격이 조만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사회변혁'에 대한 전망 이 강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저작에는 노동과정의 문제(브레이버맨)와 실업의 문제 즉 '정 보화'의 노동 대체적 성격의 문제(리프킨)가 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디지탈화 에 의한 생산과정의 전반적 통합과 유연화(소프트웨어적 retooling화) 및 정보 상품 재생산의 기술적 특성과 그에 따른 법률적 독점의 강화(지적재산권의 강 화), 법률적 독점의 강화에 따른 자본의 지배 강화(예컨대, 식량 생산에서의 Biotechnology의 독점에 따른 지배 강화를 상상해 보라)와 그것이 유발할 사회 변동도 논의의 사정거리 내에 두어야 할 것이다.


5. '정보화'와 사회변혁

1) '정보화 사회'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 용"이 주는 사회적 영향과 충격의 문제로 파악할 때, 우리의 대응은 '정보 민주 주의'나 '정보운동'을 훨씬 넘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보 영역을 '생산력'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생산관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것은 후기산업사회 논자들의 미래론적 담론이 주는 효과 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현실의 변화로부터 긍정성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다. 미래담론은 과학기술, 텔리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으로부터 '다른' 사회상을 물신적으로 그리면서, 미래사회 아니 현실사회의 특정 부분만 이 데올로기적으로 과장하여, 현실을 가리고, 특정 지배 분파의 이해관계를 관 철시키는 현실적인 힘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정보의 영역에서의 운동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이런 것을 경계할 것이 다. 또 하나의 부문운동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의 관점에서 정보 영역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정보 영역에서 발생 하고 있는 문제는 자본주의 생산의 위기라는 것을 말할 것이다." (안유석, '좌파적 정보운동을 제안한다 ― 변혁 지향 정보운동의 가능성과 한계, 우 리의 운동적 전망') 참으로, '정보화 사회'의 문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위기"의 문제이다. 그 리고 그것은 최종적 위기의 문제이다. (― 참고로, 위 인용문 중 "정보 영역을 '생산력'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생산관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는 "정보 영역 을 '생산력'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생산관계'적으로도 접근할 것이다"라고 해 야 할 것이다.)

2) 현재 '정보화' 즉 과학기술혁명은 전반적인 과잉생산에 따른 경쟁의 격화 때문에 특히 가속화하고 있고, 그것은 다시 전반적인 과잉생산을 심화시키는 악 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최종적인 단계로서 자본에 의한 생산과 사회의 'Restructuring'을 통해서 사회적 재생산과정에서 '산 노동'을 급격한 속도로 그리고 가능한 한 철저히 배제해 가고 있다. ― 이것은 물론 자 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 생산력의 기초 위에서는 이제 더 이상 '노동자'라는 종족이 필요 없는 상태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자본은 '노동자 종족'의 사멸을 요구하는 공격에 나서고 있다. 대량적 실업에 더한 '사회보장제도'의 파 괴가 그것이다.

3) 당연하게 노동자계급의 항거 저항도 격화되고 있다. 다만, 노동자계급이 오랫동안 정치 이데올로기적으로 자본가계급에 종속되 어 왔던 점이 노동자들의 저항과 항거 반란에 왜곡된 형태를 과하고 있다. 1992 년 4월의 LA 폭동은 말할 것도 없고, 투쟁이 격화되어 가는 서유럽에서도 노동 자계급은 기껏해야 사민주의적 공론의 변두리를 헤맬 뿐 아직 진정한 '자기 정 체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머지 않아 그것을 회복하거나 재구축할 것임은 물 론이다.

4) '강력한 외세'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이 점을 별도로 한다면,*주6) 한국에 서의 상황 전개와 대응도 자본주의 선진국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크게 다를 수 없을 것이다.
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취업 노동자*주7)뿐만 아니라, '정보화' 즉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을 반영하여 변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여 실업 내지 불완전 취업과 그에 따른 빈곤의 확대 및 심화를 보 다 진지하게 조명하면서 그러한 실업군과 불완전 취업군을 어떻게 운동의 동력 화 할 것인가가 시급히 모색되어야 한다.
이는 문제를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비조응'이라는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시대정신을 체현한 '정당'의 구축이 노동자계급운동의 당면한 본질적 과제로 된다.

5) 참고로 운동의 구체적 형태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지금 문제로 제기되어 있는 '정보화' 혹은 '통신' 운동은 물론 중요하게 추스러야 할 운동의 한 공간 이다. 하지만, 이 운동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cyberspace는 앞에서 말한 것 과 같이 폐쇄적 자기완결적 지향성을 갖기 때문에 운동의 기본적 형태는 어디까 지나 대중을 어떻게 공장과 거리로 조직해 내느냐 하는 전통적인 문제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통신 운동'이나 '정보화 운동'은 대중을 이렇 게 공장과 거리로 조직해 내는 데에서 유용한 경로와 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되 는 것일 것이다.


《 주 》 ──────────

1) 현재 과학기술혁명은 극소전자 분야는 물론 신소재 분야,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 등에서 진행 중에 있는데, 그 양상은 극소전자 분야가 선도하면서도 상 호간에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즉 한 분야의 성과가 다른 분야의 진전에 영향 을 미친다던가 그 전제가 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2) 이외에 Microsoft의 Bill Gates(The Road Ahead,1995), George Gilder(Life after Television, 1992), Lawrance Grossman (The Electronic Republic, 1995) 등등에서 공화당 출신의 미국 하원의장 Newt Gingrich (To Renew America, 1995)까지 수 많은 이름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3)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열거하고 있다.

* A school pupil anywhere in the country will be able to sit down at a screen in the school library and tap in to the resources of the Science Museum in London, and then debate across the networks with other pupils who share their interest.

* A doctor carrying out a diagnosis on a patient will be able to summon an immediate second opinion from an expert consultant several hundred miles away.

* The supervisor on a building site will be able to call up the architect, show them the problem, and work out an agreed solution.

* Two company executives on either side of the Atlantic will be able to work through a detailed document simultaneously, together.

* An elderly person will be able to have readier contact with a friend or relative or career.

* All of us as citizens will have the chance to know more about, and to say more about, how our local authorities and national government are being run.

참고로, 그 문서에 담겨 있는 다음과 같은 발언들은 영국 노동당의 계급적 성 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There can be continuous improvements in business efficiency, and reductions in unit prices of goods and services; new ways of selling and delivering; better targeting of market information; …", "We believe they can increase Britain's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

4) InterNet과 같은 개방적 공간을 '폐쇄적'이라고 하느냐는 반론이 있을지 모 르나, 접근의 제한성도 문제려니와, 그것은 자기완결적인 그 자체의 세계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시각과 청각에 비유해 본다면, 청각은 소리가 있으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 리는데'에 반해서 시각은 앞에 대상이 있어도 '눈을 감아 버리거나 외면해 버 리면 혹은 눈을 뜨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cyberspace에서의 일은 그 자체 로서는 실재세계(real space)에 아무런 것도 드러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접근 해야만 그 세계에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노동의 성과의 사회적 분배를 규정하고 그것을 포함하는 것으로서의 사회적 (재)생산과정과 관계를 말한다.

6) '외세'는 한국 사회에서 핵심적 요소 중의 하나이지만, 그것이 '정보화사회'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기서는 논의를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7) 이들도 물론 '정보화', 즉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에 의해서 고용 불안과 노동강도의 강화, 저임금화에 시달린다. ▣